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발표를 남겨두고 이미 구현까지 끝마친 상태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의 입장으로 돌아가 그때의 기억을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Prolouge를 써보려고 한다.
이번 학기에는 총 6과목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랑 2과목만 듣고 있다. 하나는 자기계발용 교양 과목, 나머지 과목은 전전설 2(전자전기컴퓨터 설계 및 실험 2)이다. 솔직히, 처음 신청한 6개의 과목 모두 잘 해낼 줄 알았다. 과제도, 시험도 말이다. 하지만, 진짜 못해먹겠었다. 일단, 한동안 이공계 계열의 공부를 일절 안 하다 보니 머리가 굳어버렸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니 공학 과목을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되었다. 자연스레 흥미를 잃기 딱 좋은 조건이다. 그러다가 정말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마음에 2개의 과목을 수강 취소해서 드롭했다. 그리고, 곧이어 다른 두 과목을 자체 드롭으로 던져버렸다. 차라리 이 공부를 할 바에 내가 관심 있는 공부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 학점에 대한 관심도 일찌감치 놓았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전공 과목인 '전전설 2'도 포기하고 싶었다. 단지 나에겐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어느 날은 실험을 하러 가야 되는데 가도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내 마음대로 수업에 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또 다른 날은 리포트를 써야 하는데, 작년에 이 수업을 들었던 친구의 리포트를 보는데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에 울고 싶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포기하게 되더라도 나중에 결국 다시 들어야 한다. 이번 학기에 이미 드롭했던 과목은 다시 들을 수 있겠다만, 전전설 2는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만 같았다. 두 번째로, 우리 반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교수님들과는 달랐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끝까지 기다려주셨다. 질문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하시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길 좋아하는 분이시다.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덕에 당연히 수업의 난이도는 높아져 나를 힘들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이 점이 더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을 만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코딩만 하는데도 진전이 없었던 날에 있었던 일이다. 이 때는 정말 울고 싶었다. 누가 툭하고 건드리면 아마 울었을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같은 실험 수업을 듣는 분이 한 공간에 계셨다. 한 번도 말은 안 섞어봤었지만, 자존심 다 내려놓고 "혹시 전전설 L교수님 수업 들으시죠? 수업 중에 몇 번 뵌 것 같은데... 제가 리포트 쓰다가 정말 도저히 모르겠어서 그런데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분(K)은 나를 수업에서 본 기억이 없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정말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그때 꽤나 긴 시간을 붙잡고 물어봤었다. 다행히도 끝내 이해할 수 있었고, 위기를 벗어났다. 나에겐 천사이자 구세주였다.
돌이켜보면 전전설 2를 포기 안 하고 계속 듣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이 과목 하나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 새롭게 진로와 꿈을 같이 정했던 시기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어찌 됐든 간에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K 씨에게 모르는 것을 틈틈이 물어보면서 말이다. K 씨는 리포트 쓰는 게 취미일 정도로 전공에 열의도 있고 학식이 꽤나 두터워 보였다. 그리고 K 씨를 통해서 다른 분들과 친분을 쌓아 갔다. 이번 학기는 끝까지 혼자서 지낼 줄 알았는데, 막판에 새로운 친구까지 사귀게 되었다. 같이 밥도 먹고, 과제도 물어보고, 내가 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풀어주었다. 짧은 시간에 빨리 가까워졌다. 그 날에 내가 K 씨에게 다가가지 않고 다 던져버리고 집으로 돌아섰더라면 이렇게까지 될 수 없었겠지. 다행이다.
이번 학기에 두 과목만 듣는다고 말하면 걱정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두 과목만 들어도 괜찮은 거 맞아?", "어떡해...." 등등. 이런 반응을 먼저 듣고 나니 가족들에게는 차마 말하진 못 했다. 학교 등록금이 한 두푼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막 던져버리고 있는 게 좋은 모습은 아니니 아들로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타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많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걸로 내 선택에 합리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대신 부모님께 빚을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생각해서라도 내 갈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느낀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 갈길이라고 한다면, 이번 겨울 방학에는 농사를 배우러 농업 여행을 떠날 것이고, 내년 새 학기부터 조경학과를 복수 전공해서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지금의 전공(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은 좀 나중에야 신경을 써서 졸업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할 예정이다. 학기 중엔 틈틈이 창업 준비를 하다가 졸업을 하고 나서 사업의 길로 들어설 것 같다. 아직 뭐 이뤄낸 것은 없지만 앞으로 대학 생활의 방향은 이러하다. 나름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학 시절을 보내려고 한다. 나는 깊고 천천히 나아가는 편이 알맞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갈 이유도 없고, 나만의 길이 있으니 이를 믿고 밀고 가면 된다.
어느 날, L 교수님께 상담을 신청했다. 학기가 끝나기 전에 진지하게 교수님과 대화하고 싶었다. 학업 설계를 위한 것도 아니고, 조언을 구하기 위함도 아니다. '단지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전까지 어머니, 아버지 뻘 되는 분들께 내 꿈을 솔직하게 말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왜냐면 나에게 어떤 편견이 있었다. 우리 엄마, 아빠도 그렇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일을 가만히 들어주기보다는 내 인생에 참견하기 바쁘다고 생각했다. '책임져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을 가만두지 못하는 것일까?'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L 교수님은 그러한 반응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덜컥 상담을 하게 된 것이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그 편견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L 교수님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셨다. 그리고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정말 맞는 말이다. '어른들이 뭐라 하든, 주위에서 뭐라 하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 되는데 자꾸 그렇게 눈치만 봤을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엉킨 실을 한 순간에 깔끔하게 풀어낸 것처럼.
이 글은 내가 코딩을 해냈다고 자랑하는 글이 아니라 마침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구현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코딩 개념이 수반되겠다만, 나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깊이있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성적, 등수, 학점에 상관없이 오로지 내가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설계했다는 점을 집중해서 서술해볼 예정이다. 누가 이 긴 글을 다 읽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나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안 읽어주어도 큰 상관은 없다. 그래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분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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