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나는 꽤나 두터운 방패막을 지니고 살았다. 그런데 올해서부터 그 방패를 버리고 온전한 살결로 세상과 부딪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존재가 훌륭한 방패막 인지도 모른 채 사용하지 않았었다. 철저히 의식적으로 방패를 무시했다.

그렇게 된 상태가 이와 같다. 자신의 보금자리이자 은신처를 잃어버려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벌거벗은 소라게. 방어력이 거의 제로인 채로 살아가니 내가 취할 수 있는 기술은 공격을 하거나 피할 수밖에 없다. 내겐 아직 단단해질 수 있는 스킬이 없다. 어느 정도에 레벨에 올라서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용도실에 있는 소라 껍데기를 찾아 다시 장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허나 이는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진화할 수 있는 길을 택하고 싶다. 그동안 지녔던 방패를 갑옷으로 입고 다니고 싶다. 선택적으로 방어 기술을 쓰기보다는 방어력을 늘리는 길로 말이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피를 뚝뚝 흘리고 살아가는 내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그런데 나한텐 나를 치료해줄 수 있는 '하나님', '연인', '친구들', 그리고 진정한 '나'가 있다. 그 상처가 굳은살이 되어 단단해지면 언젠가 어엿한 가재가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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