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분을 만났다.
코엑스에서 공예 박람회를 쭉 둘러보다가, 우연히 들린 도자기 부스. 마침 다기 세트를 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우주의 기운에 빨려 들어가는 듯이 저 컵들을 만지고 있었다. 도자기들의 색상들, 모양들, 느낌까지 어느 하나 똑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질감에 매료되어서 계속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이걸 만드신 선생님께서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잡기 좋게 컵을 만드셨다고 하신다. 그리고 도자기를 감싸는 돌가루들까지도 신경을 쓰셨다는데, 물맛까지 달라진다고 하신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믿는다ㅋㅋㅋ
그냥 한 순간에 이 장소, 이 예술품들, 이 분위기에 몰입해버렸다. 처음 만난 아저씨의 현란한 말솜씨에 홀린 듯이 매료되어버렸고, 한참 동안이나 꿋꿋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에게 사람 함부로 믿지 말라고 당부를 해주었다. 오히려 확실하게 믿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신다. 이 말을 듣거나 말거나도 내 선택인데, 나는 주의깊게 듣고야 말았다. 왜냐면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기에...
내가 이 아저씨를 믿었던 이유는. 이 분의 도자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도자기가 아니다. 깊은 철학이 담긴 개인 예술이자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아저씨에게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붙여 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툭툭 내뱉는 말들엔 혼이 담겨 있었고, 우리들의 대화 속에서는 무거운 에너지의 밀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하루에 2L의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을 때, 갈증이 날 때 마시는 물이 가장 건강하다고 하신다. 음식도 짜게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뭐든 자신에 맞춰서 살 줄 알아야 된다고 하신다. 이러한 것들을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고, 결국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한 길이라는 것을 선생님의 말을 통해 또 한 번 느낀다. 그분의 삶이 이를 증거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 역시 그 말씀에 동의하기 때문에.
'나답게'라는 것을 엄밀히 따지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도자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모두 다 한결같이 '컵'이라면 '컵', '주전자'라면 '주전자'라는 기능은 있되 선생님만의 개성과 스타일은 고스란히 녹여내었다. 같이 있는 이야기 하는 내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는 말을 더 많이 하시는 것을 보니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또 느낀다. 그래도 이 어렵고 모순적인 이야기들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이해는 간다. 선생님 손수 만드신 작품을 직접 만지작거리면서 들으니 말이다.
기본은 지키되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가 선생님을 통해 깨달은 '지구에서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이다. 이는 곧 '나답게'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기본을 지킨다는 말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라는 말이 말은 쉬운데 실천이 참 어렵다. 기본을 지키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이며, 결국 '나 자신'을 내려놓아야 성사될 수 있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상만 해도 이렇게 산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든다.
기본이라는 것. 나 자신의 주춧돌,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기둥이 완벽히 없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늘 갈고 닦는 과정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본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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