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방학마다 예기치 못한 것을 하지만, 이번 방학 역시 좀 달랐다. 친가네 식구들과 밀접하게 지내게 된 것이다. 다른 가정의 문화를 접하면서 오히려 우리 가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우리 친가만의 바이브, 분위기, 내력, 그리고 어쩌면 잠재성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됐다. 이는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데 보탬이 돼주었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유독 다른 이들과 다른 것 같다고 남몰래 느껴왔다. 어릴 적엔 이런 차이를 밝히는 게 그동안 부끄러워서 숨기고 살아왔다. 다양한 환경, 나라, 공간, 문화 등에서 직접 느끼고 온 바 이는 부끄러운 게 아닌 것을 최근에 그나마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친가네 식구들을 보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애초에 우리 식구들과 뭔가가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같은 집안에서 태어난 탓에 후천적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만, 객관적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내가 생각하는 결은 늘 달라왔고, 다르다. 이는 내가 잘났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남들이랑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만큼 상처는 늘 잇따랐다. 그렇기엔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나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이런 아픔때문이었을까? 이런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늘 고군분투해왔고, 그때마다 성장은 끊이지 않을 수밖에..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이렇게 연단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이렇게 태어나서라고 느낀다. '내가 애초에 이런 놈이었기에' 물론... 다른 집안,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다면 조금은 다른 것을 배우고 느꼈을지도. 그렇지만, 크게 벗어나질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나를 조금 더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나의 시간의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도 내 자아에 대해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시간이 필요한 이 시기에! 진정한 나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겠거니하는 생각에서다. 그래프를 그리는 일환으로 내가 적어두었던 기록물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껏 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까지의 일기장. 20대 이전에 내 인생은 크게 2번의 변환점을 그리는데, 초등학교를 다닐 땐 그 변환점을 겪지 않았기에 내 순수한 본질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나의 본성들이 있다. ‘평화주의자’, ‘자연과 환경을 아끼는 마음’, ‘나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친구’, ‘외로운 아이’, ‘글보다 그림, 애니메이션, 영화에 미치는 스타일’. 그리고 이는 내가 정의한 '순동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에 능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 말이다. 나에겐 짧은 시간에 묘수를 떠올릴만한 전략적인 기지나 순발력은 별로 없다. 대신에, 타고난 손재주와 상상할 수 있는 근력. 이 두 가지는 내가 확실히 느낄만한 탤런트였다. 그리고, 종종 남들은 쉽게 포기할만한 상황에서도 나는 꾹 참고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는 의지가 있는데, 이는 내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특유의 모욕감을 받으면 이성을 잃은 것 같이 분노로 상황을 이겨낸다. 그런데 이러한 '오기'는 나를 곧장 지치게 만들어 놓았고, 비뚤어지게 했다.
나의 손재주와 상상력. '유동환'이라는 사람을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이 2가지가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에게 존중받지 못 했다. 내 존재 자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채,, 늘 자신을 부정해오며 다른 인격으로 살아가는 것.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에서야 누구의 탓을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에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할 뿐. 그리고, 덕분에 내 본연의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나를 깨닫게 된 걸로, 무작정 '나' 자신이 옳은 것 마냥 행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시야를 가지고 판단해야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나는 현재 '대학생' 신분. 그렇지만, 휴학을 할지 안 할지는 3월이 되어도 불확실하다. 되도록 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게 큰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니다. 긴장감을 떨어트려 나를 금방 해이해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 무엇보다 확실한 3가지는. 첫 째로, 목공을 배우는 것. 둘 째, 채꿀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사업 구상의 기반을 다지는 것. 그리고 동아리 대표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것. 그 외에 생각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다양하지만, 크게 이 3가지 영역으로 내 생각을 제한시켜두는 게 좋겠다는 게 나의 이상적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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