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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MOMO

미상_3화

  첫 만남은 누구든지 어색함이 묻어 나온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이들을 소개해주는 나 역시 그러하다. 어떤 대화로 스타트를 끊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서부터 대화의 집중도가 확 올라갔다. 호이는 방학이 되면서 '현상학'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잊었던 지식을 끌어올리는 중이고, 요새 '재즈'의 야릇한 느낌에 확 꽂혔다고 한다. 채꿀은 과거에 환경, 자연, 농업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늘 무언가 부족한 갈증을 느끼다가 최근에 '정체성'에 관한 가치관이 확고해지면서 국내외의 역사에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체성'이라 함은 흔히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어야 할 정체성을 논할 때 말하는 정체성이다.) 나는 인간의 감정과 심리. 어려서부터 여자를 어려워했던 기억 때문인지 '여성'에 관해 늘 궁금증이 많았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분야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지금도 "여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동안 궁금했었지만 여성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을 읽거나 공부해 본 적 없이 그저 경험으로 여자를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또 나는 이번 학기 동안 과제로 창작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Creator'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의 주제는 제법 빨리 정해졌다. 어쩌면 가장 오래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처음엔 현재 진행 중인 영상&UCC 공모전을 바탕으로 주제를 선정하자고 했었다. 그러다가 호이가 말하길 "우리가 만든 영상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공모전에 맞춰서 접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말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이 하나의 작품의 형태로 우리 멋대로 만들고, 기회가 되면 공모전에 넣을 수도 있겠다 라는 말이다. 좋은 생각이다. 여기서 채꿀이가  "여성의 야릇한 감정을 재즈로 표현해보면 되겠네."라고 농담 식으로 말을 꺼냈는데, 나랑 호이 모두 "좋은데?"였다. 그 의견에 전혀 반대하고 싶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 그럼."이 된 것이다. 성의 없어 보이는 결정이긴 한데, 다른 주제를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괜찮은 주제였다. 

 

  주제도 정했고, 서로 대화를 많이 하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경춘선 숲길을 따라 헤매다가 어느 백반집에 도착했는데, 우연히 온 것 치고는 제육볶음과 김치찌개 모두 맛있었다. 우리 중 한 명이 "영상은 어떻게 만들까?"라고 물었을 때, 이제까지 크게 3가지 답변으로 나누어진다. 

1. 각자 하나씩 만들기

2. 셋이서 하나를 만들기

3. 각자 하나씩 영상을 만들고 이를 하나의 영상으로 합치기

셋 다 괜찮은 의견이다. 처음에는 2번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서는 3번이 제일 나은 듯 싶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각자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나 취향이 너무 달라도 너무 다르니 말이다.

 

  노래방에서도 서로의 취향이 다르다고 확실히 느꼈다. 채헌이는 아이돌 파, 나는 힙합&과거 발라드 파, 호이는 인디음악, 최신 발라드 파다. 셋이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몇 안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재밌게 노래방에서 놀다 왔다. 셋이 있는 게 뭐 하나 어색함 없이. 갔던 노래방 이름도 '우정 노래방'인데 그 우정 오래 변치 말기를.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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