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SINESS/MOMO

미상_2화

  호이는 올해 조경학과를 전공하게 되면서 만난 친구다. 정확히 말하면 4살 차이 나는 동생이다. 그런데도 친구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말 친구 같아서이다. 나는 본래 추상적으로, 느낌으로 말하는 탓에 내가 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정말 없었다. 그리고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했던 고민 중 하나가 '내 마음과 생각을 알아줄 수 있는가?'였다. 워낙 복잡하고 나도 걷잡을 수 없는 생각의 속도에 지친 적이 많았다. 그런데, 내 내면의 생각을 바로바로 알아채는 사람은 호이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첫 만남은 '조경 계획' 팀플이 끝나고 내가 뜬금없이 밥 먹자고 했었을 때였다. 그리고 그날 딱 느낌이 왔다. '이 친구는 보통 녀석이 아니다.' 아마 호이도 나에 대해서 그렇게 느꼈었을지도 모르겠다. 대화를 하면서 통하는 것도, 공감할 수 있는 영역도 꽤나 많았다. 관심사는 또 엄청 다른데, 그래도 대화는 척척 잘 맞는다. 내 인생에서 이 정도 생각의 깊이를 가진 친구는 정말 처음이다. 호이는 내가 두 번째라고 한다. 호이 역시 나와 같이 올해부터 조경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데, 본전공인 '도시사회학과'에서 만난 1살 위 형이 그 첫 번째라고 한다. 지금은 군대 가고 사회에선 만날 수 없는 분이지만, 정말 운 좋게도 호이 덕에 그분이 군대 가기 전에 하루 전 날 만나서 밤 새도록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내가 생각하는 범주를 뛰어 넘는 수준이어서 대화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듯, 호이랑 있으면 늘 신선하고 재미난 소재들로 대화를 채워갔다. 음악, 미디어, 조경, 철학, 심리, 공간, 등등. 주로 아티스틱한 이야기가 주된 콘텐츠인데, 호이랑은 어떤 콘텐츠든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나의 뜬금없는 제안으로 성수에 둘이서 놀러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호이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너무 인상 깊었다. 특히나, 호이가 고등학생 때 만들었던 '과제' 겸 '작품'에 관해서 들었을 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작품에 관한 스토리는 스킵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듣고 호이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임에도 진심으로 리스펙 하는 친구로 느껴졌다. 그날을 계기로 서로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또 같은 수업을 3개나 듣는 데다가 팀플이랑 과제도 같이 협력해서 하는 덕에 점점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채꿀에 대한 기억은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 덕에 호이는 채꿀이에 대해서 익히 잘 들어왔었다. 그리고, 호이에 관한 이야기를 채꿀이한테도 전했을 때, 채꿀이도 호이에 대한 궁금증에 만나보고파 했다. 그러고 나서 추진되었던 게 지금의 프로젝트이다. 내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데에 있어서 그 바탕은 채꿀이의 애니메이션 연출 분석집이 한 몫했다. 채꿀이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거의 반 년동안 분석하면서 자기만의 분석 체계를 정립했고, 시중의 가이드북의 체계를 따르기 보단 자신이 직접 공부한 것들로 그 애니메이션에 쓰인 기법들을 완벽하게 정리해놓았다. 정말이지 그 정성을 보고 놀라지 않는 게 비정상이다. 그것만으로 채꿀이가 자신의 꿈에 얼마나 더 다가가고 싶어 하는지를 느꼈고, 내 친구지만 정말 멋있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 또 채꿀이 정리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 때 꼭 적용시켜보고 싶었다. 호이 역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어 했어서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채꿀이는 애니메이션, 호이는 미술, 음악, 영화, 나는 사진, 영상, 공간에 관심이 많았다. 공통점으론 '영상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데다가 이 분야에서는 다 초짜다. 같이 모여서 일 내기에 딱 좋은 조합임에 틀림없다. 첫 만남 일정도 바로 정해졌다. 셋이서 만나기 전에 채꿀이와 먼저 만나고 있었는데, 채꿀이는 호이를 처음 만나는 것이 약간 긴장한 듯 "아무 준비도 안 했는데 괜찮을까?"라고 걱정을 했었다. '아무렴 당근'. 나는 확신했다. 우리들의 대화만으로 그 분위기가 풍성해질 것임을. 

 

다음 화에 계속

'BUSINESS > MO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상_6화  (0) 2021.07.31
미상_5화  (0) 2021.07.15
미상_4화  (0) 2021.07.11
미상_3화  (0) 2021.07.11
미상_1화  (0) 202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