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 우프도 여행이긴 하지만 뭐랄까. 일상의 삶의 영역이 많이 가미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 흐르는 대로 다니는 게 여행하면서 쉬운 일은 아닌데 셋이서 용케 그 일을 해내며 환상적인 케미를 자랑한 하루였다. 제일 좋았던 장소를 뽑자면 단연 '고마다락'. 그다음에 들렀던 '곡물집'과 비교하며 되짚어 보니 더 좋았다. '고마다락'은 나를 남겨도 괜찮은 곳이다. 기준이나 형태가 정해지지 않았다. 친한 친구의 집에 놀러 가 한바탕 떠들고 온 기분. 그리고 그 친구는 마음껏 편히 있으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이게 너무 좋다. 적절한 선을 지키며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상태. 내가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배려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잠시 잘 놀고 쉬다 오면 되는 것이다. 그 친구 역시 내가 맘 편히 있길 원하는 마음이고 말이다.
과한 배려는 어쩌면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며, 서로가 솔직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K가 말하는 솔직하고 배려있는 사람이 아마 고마다락의 사장님 같은 사람인 것일까?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가치. 솔직함과 배려심. 그런데도 그 경계를 충분히 이해하며 가지고 노는 분 같아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몸소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 마치 우리 집 거실처럼 여유로이 누울 수 있는 그 편안함. 그 공간이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장치였다. 끊임없는 고민이 동반되었을 것 같다. 말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실 것 같지만, 그 안에 섬세함과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셨는지도 궁금하다.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싶길래, 그러한 공간을 조성할 수 있으셨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지금은 스스로 풀어내 보고 싶다. 공간, 경영, 디자인, 심리, 도서 등등 이에 대한 학식이 필요할 때이다. 더불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내 보는 연습 또한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끝내, 나 역시 그 고민이 잘 녹아내린 공간을 조성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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