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고등학교 때 쓰던 계획표다. 한 때 공부의 왕도까지 정독하며 내 공부법을 개발했었는데, 나한테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계획표라고 생각한다. 지금 보면 '어떻게 이렇게 공부를 했을까?' 싶다. 자세히 보면 공부할 우선순위까지 정해놓았다. 그리고, 하루 동안 나를 평가하면서 '내일은 더 잘해야지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으며 나를 질책할 때도 있었다.
물론 효과적인 공부 방식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주변에 아무 일 없이 오로지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면 말이다... 아마 수험생 시절에는 할 게 공부밖에 없으니 이 방식이 맞았을지도. 줄곧 이렇게 살아왔다. 마치 테트리스처럼. 테트리스를 할 때면 길쭉한 블록을 마지막에 꽂아넣길 좋아한다. 한방에 4줄이 사라질 때는 정말이지 짜릿하다. 이같이 약속을 잡거나 무언가를 계획했을 때도 비슷하다. 기다란 블록이 오기를 기다랴 나머지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해놓는 것처럼 촘촘하게 지냈었다. 덕분에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놀 수 있었다. 한데 그럴수록 내가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 꼭 계획해놓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일이 연달아 생겼다. 테트리스 고난도 버전을 하는 기분이다.
예상치 못한 블록들이 줄줄이 나의 신경을 자극시킨다. 결국 내가 그동안 쌓아온 테트리스 블록들은 균형을 잃는다. 대처할 수가 없기 때문에...(그러한 내 성향 때문에 테트리스 게임을 못하는 것일 수 있다.) 테트리스 챔피언들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자신만의 전략으로 약간의 틈을 주는 듯 보였다. 언뜻 보면 깔끔하진 않지만, 어려운 단계도 술술 넘어간다. 그와는 반대로 나에겐 그러한 여유가 없었다. '틈'이라면 기다란 블록이 들어갈 수 있는 가느다란 공간밖에 없었다. 이는 매우 좁을뿐더러 부족했다. 그러니 나 스스로를 무너뜨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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