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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Flow

210708_단점

올해 초 부터 끊임없이 고민했던 주제가 있다. '나의 단점은 무엇일까??' 정말로 궁금했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나의 장점을 뽑아본다면 엄청 많은데, 그것들에 가려 내 단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물어봐도 되는 문제지만, 이런 것에 또 고집이 있어서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다가 알게 된 단점 하나가 있었다. 나는 싫으면 싫다고 말을 잘 못한다.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굉장히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잘 못해서 생긴 트러블이 어려서부터 꽤나 있었다. 이런 내가 싫었다. 결정적으로 저번에 우프를 같이 갔던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툰 적이 있는데, 그 원인을 내가 솔직하게 내 감정을 오롯이 표현을 못 한 것으로 뽑았었다. 이 일이 있고나서, 그 점이 내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내 감정을 주저없이 말할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해왔다. 

 

최근에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건 좋지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솔직함도 독이 되는지 아닌지가 달라졌다... 나는 확실하게 싫어하는 상황이 있다. 내 의견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왔을 때이다. 그래도 겉보기엔 부정적 피드백일자도 진정성이 담겨져 있거나 진짜 나를 위한 말이면 정말 감사하게 받아드릴 자신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요새 그런 상황이 우리 가족 내에서 자주 벌어진다. 내가 뭐만 하려고 하면 '뭣하러 하냐?',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이게 낫지 않냐?',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하지 마라' 등의 말을 자주 듣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다. 어려서부터 이런 것이 트라우마로 남겨져서 함부로 가족들에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두렵다. 다른 사람이라면 트라우마로까지는 안 갈 수도 있을 문제지만, 나한테는 그렇다. 아무튼 최근에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명확히 전달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마치 칼을 뽑아든 사람처럼 너무 날카롭다는 것... 평소 온화한 성격과 달리 갑자기 돌변해버리는 태도에 상대방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그런 반응을 느끼는 빈도가 많아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말이 너무나 삐쭉삐쭉했다는 점이 공통됐다. 나와 친분이 없는 사람한테는 심각하게 예민한 태도로 대항하진 않는데, 나와 친한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더 날카로워진다. 

 

내가 싫어하는 게 또 있다. 일하거나 집중하는 데에 누군가가 간섭하는 것. 그래서인지 팀플에 꽤나 취약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평소 인간 관계에 있어서 문제될 일은 별로 없는데 말이다. 일을 하면 혼자하는 게 훨씬 편하다. 정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아니고서 말이다. 이게 또 왜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니까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하다. 내 의견을 부정하는 상황이 너무나 싫은데, 유독 팀플이나 같이 일을 할 때 이런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이걸 회피하고자 늘상 혼자하는 게 편한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내 의견이 부정당하는 것이 지극히도 싫다. 역겨울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항상 잘 보이고 싶고, 월등해야 된다는 생각에 혼자서 무던히 노력을 해왔었다. 어쩔 땐 진정 내 본모습이 아닌 가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혼자가 편해'가 된 것이다. 이 마인드의 본질에는 내 숨겨진 무의식이 잠재되어있다. '내가 맞아.'라는 것. 그로 인한 '거만함' 이게 내 진짜 단점이었다. 사람이면 누구나 기분 나쁜 일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틀린 게 절대 아니다. 그런데 '거만함'으로 도배되었을 때 자신을 표현한다면 결과는 안 좋을 수 밖에 없다. 침착함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확실히 아는 게 있다면, 내가 싫어하는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예민하게 굴 것이다. 내가 아무리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을 해도 좀처럼 내 무의식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직도 내가 그런 상황이 또 처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잘 넘어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예민한 상태일수록 '내가 맞아'라는 이 생각을 추스릴 수 있다면, 대안이 보일 것 같다. 

 

추가적으로 '내가 맞아'라는 이 생각은 왜 생겼냐... 이는 어려서부터 내 의견이 존중받지 못한 가정에서 받은 상처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이 상처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가족들에게 존중받지 못할 때 여전히 화가 많이 난다. 아무리 농담으로 한 말이라도 말이다. 정말 깨끗하게 치유받고 싶은 트라우마인데, 내가 평생 달고 살아야 될 문제라고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평소 시도때도없이 걱정과 부정적인 말을 하시는 부모님을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앞으로 평생 가족들과 살 수 없을 것이고, 대학 졸업을 한 이후에는 자립을 해서 가정을 떠나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조만간 이런 생각을 가족들께 전할 생각이다. 분명히 '돈이 많이 드네.', '아직 너무 어리다.', '어디서 살거냐?'라는 말이 나올 것이 우려되면서 내가 그 말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내 단점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 스스로를 좀 내려놓고, 겸손한 자세로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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