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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Book

음예 예찬(2020)

210703_00:30

☆난생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들어가게 됐는데, 그 일환으로 읽게 된 책이다! 어떤 책을 읽었든 간에 독서 모임에 들어가게 된 건 나에게 큰 의의가 있다. 요새 책을 좀 읽는 편이지만, 글을 읽는 건 나에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텍스트보다는 그림이 편하고 그림보다는 영상이 편하고 영상보다는 실체가 편하다. 글도 머리 속에서 이미지로 형상화되지 않는 글이라면 책을 읽다가도 덮어버리고 만다. 그런 성향 때문에 어려서부터 '경험이 최고다'라고 되새겨 왔다. 그런데 나름대로 경험을 쌓다 보니 '결코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더라도 실천에 옮기는 건 정말 어렵다. 사람이 무슨 로봇도 아니고 '이것을 해야지'라고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게 과제로 주어지거나 꼭 해야될 일로 나에게 넘겨오면 또 꼭 하게 되는 성격인 탓에ㅎㅎㅎ 이번 학기 책을 접하게 된 일이 많았다. 조금은 책과 친해진 덕분에 요새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화장실에 책을 두고 핸드폰을 하는 대신에 독서를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역시나 어려웠다. 우리나라 고전도 안 읽어보았는데 일본의 1930년대 고전 에세이라니... 이 책 안에서도 음예 예찬뿐만 아니라 다른 산문도 함께 실려있었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고등학교 내신 공부하는 것처럼 읽어야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되야 읽힐 것 같아서 결국 포기하고 '음예 예찬'에 대한 부분만 읽었다. 그나마 머리 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바가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음예'라함은 쉽게 말하면 '어두움'을 뜻하는데, 나는 이와는 반대로 '자연광' 혹은 밝기를 신경썼던 류라 그와 반대되는 개념에 대해 논하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나는 음예에 대해서 서양과 동양에 관해 작가의 생각을 펼치는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왜냐하면 요즘 관심을 가진 '개발'과 '비개발'에 대한 영역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에 관해서 손으로 감상문을 적어보았다.

 

☆책을 읽다 보니 인공적인 것에 당연시 된 삶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자면 '전등'는 우리에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에 따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을 개발하는 태도가 지배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어쩔 수 삐까뻔쩍한 것이 이목을 끌며, 더 좋아보일 때가 많다. '밝기'에 대해선 계산해본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겠지만, 어두움의 농도를 따지는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 어두움, '으예'라는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가치를 알 때 이는 우리로 하여금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책을 읽으며 저녁 9시 이후에 내 방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밤 중에만 느낄 수 있는 내 방의 분위기가 참 좋다. 빛을 최소한으로 이용하여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이는 내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다. 말로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분위기와 느낌, 그리고 감정은 무시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음예의 세계는 비단 공간과 건축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어두움과 다른 이면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잠재된 요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 삶 곳곳에 보이지 않는 '음영'의 깊이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해를 '개발'이라는 것을 연관지어 생각해볼 때, 나는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develop하기보다는 본연의 것을 재발견해나가며 동시에 독창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develop을 선호하는 것 같고, 또 그것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p155) 아무래도 요즘 우리는 전등에 중독되어 조명의 과잉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감각해지고만듯 하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 키워드만 나열해보고자 한다.

• 어두움 vs 밝음

• 국뽕

• 동양의 정체성

• 음양오행 → 빛의 상대적 속성

• MBTI

• 일본의 건축과 한국의 건축

• 다다미

• 한, 일 주거 환경 → 여성의 신분

Q. 불편한 것을 고쳐야 될까? 두어야 할까?

• 공간 혁신

•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틈

• 한국인의 정채성 → 스피드&적응력

• 비이성적인 것을 이성적인 것으로

 

☆아직은 이런 모임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이 책에 대한 내 생각만 들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책과 연관된 자료를 찾아보거나 공부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공간'이라는 것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일본과 관련된 책이라 그런지 일본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의 시야에서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표현한다는 그 일본 문화가 신기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한 태도가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나의 믿음 때문인 듯 하다. 다음 모임은 '헤테로토피아'라는 책을 다룬다. 이 역시 생소한 장르지만,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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