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22_23:22
요새 학교에선 ‘조경수목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 중이다. 미래의. 조경가로서 가장 근간이 되는 ‘수목’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살짝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수목이 어떤 공간에 적합할지, 수목의 특성을 익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나는 아쉬움을 느낀다. ‘나무에게서 단순한 ’지식‘만을 얻는 것이 아닐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생명체가 바로 ‘나무’인데, 그들이 살아가는 ‘지혜’를 무심코 넘겨버리는 게 아닐까.’ 이러한 생각에 나무는 과연 어떻게 일생을 살아갈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하였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라는 책은 다양한 관점으로 나무를 이야기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나무’보다 못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나무는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전혀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무는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 헌신하기 바쁘다. 나무에게는 꿈이나 목표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꿈과 목표에 연연한다. 이와같이 나무는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는 정말 완전한 존재로 평가받는다. 생각해보니 역사적으로 ‘위대하다’라고 칭송받는 위인들의 삶은 ‘나무’와 근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 ‘위대한’ 존재를 눈앞에서 놓치고 살아왔었다.
“제가 나무에게 배운 것은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이기주의란 말에 거부감을 갖습니다. 그러나 어설픈 이기주의자가 문제지, 철저한 이기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이기주의와 다릅니다. 철저한 이기주의자에게 이기와 이타는 아예 분리가 안 됩니다. 어떤 경우든 자신을 완성해야 남에게 어떤 역할인가를 할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우리보고 와서 쉬라고 그늘을 만들었을까요? 우리보고 와서 감탄하라고 단풍이 들까요? 자기를 위해서 충분히 애써야 합니다. 그것이 나무의 이기주의입니다. 그렇게 치열할 때만 존재는 다른 존재에게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내가 널 위해서 그랬다, 이렇게 말할 것도 없고 치열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품어선 안 됩니다.”
위 글은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구절이다.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이유는 그동안 내가 ‘나’가 아닌 ‘남’을 위해 살려고 발버둥 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화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서 착각해왔다. ‘나무’는 본래 배려하는 존재가 아닌데 언제부턴가 그런 프레임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것이었다. 흔히 ‘이기적’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에 불과했다. 극도로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일 수 있는 것이다. 나무처럼 말이다. 나무는 자신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지 나를 위해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살아갈 뿐. 나무를 알게 되면서 ‘이기성’이란 언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시야가 열리게 되었다. 모든 이기성이 옳다고 당위를 부여하는 건 아니다. 모든 이기성이 옳지 않다고 바라보는 시각을 깨트린 것이다. 이 깨달음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나무를 스승으로 삼아 닮아가보려 한다. 이기적인 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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