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9_잠 15:4
온순한 혀는 곧 생명 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
The soothing tongue is a tree of life, but a perverse tongue crushes the spirit.
말에는 생명이 있다. 내가 한 말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내가 무심코 뱉은 말이 사람들 여럿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그로 인한 상처는 그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드시 나에게도 돌아온다. 결국 내가 뱉은 말이 나를 고난으로 몰아세우는 도구가 된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말을 조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모두들 알다시피 너무나 어려운 일이 아닌가? 말을 하려고만 하면 머리가 아팠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들으면 좋아할지 싫어할지 계산하고, 남의 신경도 쓰이고, 말 한 번하는 게 정말 복잡한 일이었다. 이는 내가 어려서부터 언어적인 훈련이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도 잘 안 읽었을뿐더러 내 생각 안에서만 갇혀 살았다. 다행히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군대는 남자들이 말을 뱉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에게 정말 무서운 간부 한 분이 계셨다. 그분 앞에만 서면 피가 거꾸로 쏠리고 하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크게 혼났던 적이 있는데 입술이 파랗게 변하고 피부가 하얗게 질려버렸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전역할 때까지 그 분과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것 또한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그러한 공포를 이겨내고자 그리고 그분 앞에서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자 간부님이 하실 것 같은 말을 달달 외웠다. 그에 대한 나의 대한 또한 철저하게 준비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이런 생각에 휩싸여 지냈던 것 같다. 만발의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분 앞에 섰다. 떨림은 잠깐이었고, 평소 친한 간부님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사건을 이후로 말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그때부터 말을 연습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떠한 사람이 내 앞에 있든 간에 자신감이 있었고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나게 말을 하는 법을 익히고 숙달해나갔다. 말을 하면 할수록 '언어의 힘이 참 대단한 것이구나!'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 힘을 진정으로 체험했다. 다른 사람들도 말의 무시한 힘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에는 내가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낼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 설명보다는 질문을, 설득보다는 경청을, 지적보다는 칭찬을 하면서 말이다. 직접 말을 해보며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끔. 그리고 이러한 엄청난 지혜를 선사해주신 주님께 무척 감사하다.
감사 제목
- K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
-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으며 대화할 수 있음에 감사
- 무사히 과제를 끝마칠 수 있음에 감사
- 깊은 곳에 나아갈 수 있게 하심에 감사
- 핸드폰이 아닌 틈틈히 독서할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