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_5화
영상에 관심은 많았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아는 것이라곤 대략적으로 영상을 찍고 간단하게 편집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잡다한 지식도 꽤나 있겠고 영상에 관한 나름의 감각도 있겠지만, 그저 허울에 불과하다. 채꿀과 호이, 그리고 나. 일명, 채호동. 이 친구들과 만나서 영상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영상의 기본부터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렇게 알게 된 유튜브 채널이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Q05lJkkqpa7eDsa0jwW-1g
Analogue FilmMaker
*단순, 무식, 노동으로 만드는 영상제작자의 영상 제작 Tips Collection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에 관심많은 film maker. *유튜브 제작입문서 '아날로그 필름메이커' 출간 (전국 서점, 온라인 서점에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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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작 팁을 알려주기 보다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제작해야 하는지 그 근본을 알려주셔서 너무 좋다. 지금까지 배운 바를 정리하자면 영상은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단으로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과거에는 영상이 단순 재미와 감동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트렌드라고 한다. 영상 제작자의 Message를 전달하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는데, 여기서 좋은 카메라와 툴보다 제작자의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을 울리는 말들을 넌지시 말씀하시는 모습으로 영상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까지 깊이 있게 생각하셨던 노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유튜브로 배운 인사이트을 들고 채호동을 만났다. 맨 처음 논했던 사항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이 누구를 위한 영상인지였다. 이 목적이 흔들리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심각하게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 정말 싫은 것 중 하나다. 내 친구들 아닐까 의견이 비슷했다. 무엇보다도 재밌게. 외부 요인에 얽매이지 말고 영상 내의 자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메시지는 교훈적이면 안 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바로 정해졌다.
지난 번에 선정한 음악인 'When The Sun Comes Out'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보았다.
채) 대화하는 두 남녀, 알쏭달쏭한 분위기
호) 인조광, 꽃(육체미), 연기
동) 1인, 새벽녘, 여명
이런 것을 이야기할 때 확실히 의견이 나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의견이 좁혀지는 게 너무 재미있다.
다양한 고민이 오고 갔다. 여성의 어떠한 감정을 주제로 삼을 것인가? 영상은 스토리의 형식을 띄는가? 연출 방법은 어때야 할까? 등등.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엄청 많지만, 구체화된 점이 좀 있다. 우리의 영상은 대화형의 스토리를 띄면서 그 안에서 추상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느낌적인 영상 소스를 이용해보자는 것. 이에 대한 시나리오는 채꿀을 주축으로 진행되기로 했다. 왜냐면, 채꿀이 노래를 듣고 자기 나름의 스토리를 상상해서 들려주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음악의 구간별로 세밀하게 감정이 변화하는 게 진짜 포인트다.
채꿀이는 서사적으로 시나리오를 잘 구상한다. 채호동이와 말하면서 내가 잠시 내뱉었던 이야기 구성은 이것에 훨씬 못 미치는 듯 하다. 호이는 순간의 감정의 길게 늘려 극대화해서 잘 느끼는 편인데, 채꿀이가 이렇게 준비해와서 정말 깜짝놀랐다고 한다. 채꿀이의 서사적인 이해력와 호성이의 미시적인 고찰력으로 앞으로 어떤 영상을 만들지 정말 굼금하다. 그 차이를 눈 앞에서 느끼니 너무 즐거웠다.
채꿀이 이런 말을 했다. "영상 공부를 너네랑 할 수 있어서 좋아." 나도 굉장히 동감하는 바다. 아직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분야를 능력 충만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들끼리 모이니 그 자체만으로 즐겁다. 같이 얘기를 하면서 나는 촬영과 연출에 관심이 많다고 새삼 느끼게 됐다. 이번 주는 주로 그런 공부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채꿀이 고생하면서 분석했던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을 나도 다시 보면서 분석할 예정이다. 채꿀이의 그 아카이빙 북의 활용성을 끌어올려보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터져서이다. 이번 방학은 그 애니메이션의 연출 방식을 우리가 직접 활용만 하더라도 성공이라고 본다.
다음 화에 계속